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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인터뷰 사진=넷플릭스 ‘소년심판’ 김혜수가 깊은 여운과 함께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극 중 우배석 심은석 역을 맡은 김혜수는 소년범죄를 혐오하면서, 재발을 방지하고 소년범들을 반성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직접적인 대사와 달리, 무조건적으로 소년범들을 혐오한다는 것이 아닌, 심은석은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조사를 하고 한 명의 소년이라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실은 마음 깊은 곳에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심은석을 김혜수는 카리스마 있고 강단있게 그려냈다. 또한 내면의 아픔을 표출할 때는 절절하고도 애틋한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까지 함께 울컥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온 몸을 날리며 사건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단호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처분을 내리는 강단있는 모습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소년범죄와 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묵직한 여운을 선사했다.

그런 가운데 김혜수는 지난 4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소년심판’과 관련한 진솔하면서도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소년심판’ 김혜수 사진=넷플릭스
▶이하 김혜수와의 일문일답.

Q. ‘소년심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A. 처음에 이 작품 제안을 받고 대본을 보면서 복합적인 의미로 좋았다. 이 작품은 반드시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소재, 굉장히 예민할 수 있고 다루기 쉽지 않은 소년범죄, 소년범의 소재를 이야기하면서, 이 작품을 만드는 사람만이 아니라 시청자한테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화두를 던지는 이야기 방식이 좋았다. 범죄의 피해자, 가해자, 판사 어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다각적으로 접근하게 하는 구성이 좋았다. 에피소드별로 사건, 강력 사건을 초반에 전반에 배치를 하고 실제 소년 범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고 있지만, 굳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예를 들면 청소년들, 왜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느냐에 대해 사건 에피소드를 구성하고,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피해자와 가해자, 법조인들뿐만 아니라 소년범죄에 관련된 얼마나 많은 분들이 실제 개인적인 헌신과 희생을 하는지에 대한 센터 에피소드 상당히 좋았다. 가장 좋다고 생각했던 지점은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어떤 강렬한, 자극적인 장치보다 대사나 모든 인물들이 메시지와 맥락이 닿아있는, 그 본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작품의 완성도가 정말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을 봐야 할 이유가 명확했고, 민감한 소재이고, 영상 매체, 미디어에서의 순기능인데, 우리 작품이 제대로 해내고 시청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이런 작품이 더 나올 수 있고, 드라마의 시리즈물을 재미로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 의미에 대해서도, 여운을 고민할 수 있는 작품들이 사실 더 나오지 않을까 해서 그런 의미에서 작품을 선택했다

Q. 객관적이면서도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심은석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A. 심은석이라는 캐릭터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굉장히 어떻게 보면 강렬한 대사로, 법관이 소년범을 대하는데 어떻게 저런 대사를 할 수 있나 싶게 한다. 소년범죄를 소년범을 실제로 혐오한다. 드라마에 관통하는 심은석을 끝까지 지켜보면, 범죄자를 혐오하되, 그 범죄자에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고 법조인으로서, 사회적으로 어른으로서 책임을 진다는 게 동시에 진행된다. 이 드라마 전체를 통해서 심은석도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한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배우 김혜수도 느끼고 성장한다. 이들을 만나는 시청자들도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맥상통하게 범죄를 혐오하나, 가해자를 혐오하나, 그 범죄를 대하는 가해자를 대하는 태도, 나의 책임, 역할에 대한 지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화두를 던진다 생각했다. 심은석이 법조인임 동시에 피해자 유가족이다. 소년범죄라는 게 어느 한 부분에 국한된 사회적 현상이 아닌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의도치 않는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동시에, 피해자, 피해자의 직접적인 가족이 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Q. 그렇다면, 김혜수가 ‘소년심판’의 심은석을 연기하며 인식이 바뀌거나 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A. 실제 이 작품을 만났을 때도 어떻게 보면 자만했던 것 같다. 사회적인 현상, 청소년 범죄에 지속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관심을 줬다고 생각한 것들이 관심이라기보다는 어떤 현상에 대한 분노나 슬픔, 안타까움 정도 그치는 긍정적인 방식이었다는 것. 내가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내 인식 자체가 편협했다는 것. 그런 걸 관심으로 착각했다는 걸 크게 느끼고 깨달았다. 작품을 준비하고 하면서 결과를 만나고, 내 스스로 인식의 변화가 좀 생겼다. 청소년들의 범죄, 행한 가해자, 소년범들, 피해자, 이 법을 다루는 법관들, 관계자들, 이를테면 갱생에 힘쓰는 관계자 그분들의 문제를 비판하고 감정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이런 사회적인 현상이 어떤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Q. 이정은과 영화 ‘내가 죽던 날’ 이후 재회했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 두사람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하며 대립을 보여줬다. 재회 소감과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A. 이정은 배우랑은 이제 전에 작업을 하면서 너무나 특별한 시간들을 보낸 경험이 있다. 개인적으로, 인간적으로 좋아한다. 나근희(이정은 분)라는 인물을 떠올릴 때 이정은이 스쳐 지나갔다. 이정은도 이 작품을 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한 걸로 알고 있다. 좋은 배우를 현장에서 다시 만나는 것, 전작과 다른 인물로 만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현장에서 굉장히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있었고, 그 기대치와 좋은 배우와 함께하는 시너지가 공존했다. 함께 작업하면서 이정은 배우님의 정말 놀라운 스펙트럼에 대해 다시 한번 경험했다. 현장에서 좋은 공부가 됐고, 자산이 되는 것 같다.

Q. 차태주(김무열 분) 판사와의 케미도 눈길을 끌었다. 상반된 신념을 가졌지만,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김무열과 현장에서의 호흡은 어땠는가.

A. 알다시피 우리 작품 네 명의 작품 중에 세 명이 엄청난 강성이다. 그 신념이 첨예하게 부딪힌다. 화합하기도 한다. 차태주 판사만이 달리한다. 실제 그런 판사도 존재한다. 여러 판사들을 설명하려고 설정했나보다 했는데, 현역 법관들을 만나다 보니까 (그런 대화를) 일상적으로 하더라. 김무열한테 참 많이 놀라고 배웠다. 이 강성들을 연기하고, 배우들이 그런 상대와 인위적으로 충돌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상대의 통만큼 피치를 올리게 될 때도 있다. 김무열은 작품 전체를 보고 이 캐릭터의 숨겨진 디테일을 하나하나 부여해서, 네 명의 판사들의 가장 균형감을 맞춰주는, 참 착하기만 하고 이상적인 판사를 김무열이 해냈다. 정말 좋은 배우였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 고민하는 방향, 함께 연기하는 상대 배우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너무 훌륭했다.
‘소년심판’ 김혜수 심은석 사진=넷플릭스
Q. 심은석은 소년범을 혐오하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다가갔다. 증오만큼 이해의 모습도 존재했다.

A. 심은석은 끔찍한 범죄를 혐오하고, 그런 소년범을 가해자를 혐오한다. 하지만 법조인으로서 판결은 가장 냉철하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책임을 다하는, 법의 테두리와 책임이 공존하는 인물이라, 균형을 가져가는 것도 주의했고, 매 순간 신경을 썼다. ‘소년범을 이해해야지’라는 태도보다는 이 사건을 얼마나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법조인으로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얼마나 공정하게, 판결을 집행하는지가 가장 관건이었던 것 같다.

Q. ‘소년심판’에는 심은석, 차태주, 강원중(이성민 분), 나근희의 신념이 각기 다른 형태를 보인다. 이 중 김혜수가 느낀 가장 공감이 가거나 이해가 갔던 신념은 어떤 캐릭터에 가까울까.

A. 작업을 준비하면서 만났던 판사님들의 유형이 우리 대본에 있는 네 명에게 다 녹아있었다. 실제 판사님들이 현역에서 고민하는 것, 그 신념들이 응축되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심은석을 연기했고 동의하지만, 차태주 판사의 입장과 신념, 강원중의 신념과 헌신, 현실적인 방안을 주력했던 나근희 태도에 대해 다 이해가 간다.

Q. 강원중과 나근희는 서로 다른 부장판사의 모습을 보여줬고, 두 캐릭터는 자신들의 신념 속에서도 또 다른 신념을 깨닫게 된다. 김혜수가 바라볼 때 두 캐릭터 중 어느 캐릭터가 더 편한 상사로 느껴질지, 또한 이들의 존재가 현실의 어떤 부분을 반영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가장 일하기 불편한 판사는 심은석이죠. (웃음) 실제 현역에서 법관으로 일을 하시면서,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고민을 한다. 진심이 느껴졌다. 강원중 판사처럼 법관으로서 법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 이상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법 개정, 저변에 대한,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하고, 더 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의식하는 분들이 계신다. 그런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강원중 판사가 결국은 자신의 가족이 어떤 사건에 연루가 됐을 때 인간적인 고민을 한다는 게, 판사라는 존재가 그렇게 감정이 없고 신념으로만 할 수 없고, 인간이기 때문에 충분히 실수할 수 있고,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점을 보여준 것 같아서 그 부분도 참 좋았다. 나근희 판사 같은 경우, 단순히 주인공과 대립을 하거나 힘들게 하거나 상처를 주는 게 아니라, 법조인들의 현실이다. 소년법 판사들은 그 업무 범위가 굉장히 크다. 나도 잘 몰랐는데, ‘수사기관이 아니야. 너 왜 이렇게 설치고 다니니. 우린 판결만 하는 거야’라는 대사를 나도 생각했다. 실제 소년부 판사의 역할은 사건을 마주할 때, 법정에서 그 사건 이후 책임에 대해서 역할이 훨씬 더 광범위하다. 다만 그 사건을 소화할만한 시간이 부족하다. 인력이 부족해서. 그런 부분이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고. 나근희 판사는 현실적인 판사의 일면을 보여주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인물을 신념을 가지고 갔지만, 현실적인 것만 집중하다 놓친 중대한 부분을 깨닫고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라는 대사는 법조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사회의 어른로서 우리 마음, 태도 등에 대해 함축했다고 느낀다.

Q. 법조인을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일지, 한편으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장면도 있다면 어떤 장면일까.

A. 완전 다 어려웠다. (웃음) ‘소년심판’이 아니어도 배우라면 다 어렵다. 이번에는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추거나 쉬어간다는 장면이 없었다. 그럴 작품도 아니었고. 심은석을 유지한다는 게 제일 유지했고, 당연히 해야 한다 해도 솔직히 쉽지 않았다. 재판 신 같은 경우는 법관으로서 심은석이 가장 완전하게 드러나야 하는 신이었기 때문에 재판 신은 특별히 더 많이 준비했다. 실제 심은석은 사건에 대해 이성적으로 접근하면서 전반적으로 뛰는 판사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있다. 생경할 수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은 분이 납득할 수 있게 해야할 지점이 있어 쉽지 않았다.

Q. ‘소년심판’에서 화제가 된 부분이 있다. 소년범을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실제 김혜수도 ‘이런 배우들을 어디서 데려왔을까’ 하고 놀랐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다면 누구일까. 또 이상희, 염혜란, 현봉식 등의 활약도 도드라졌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A.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첫 번째 에피소드. 강력범죄고 강렬했지 않냐. 백성우를 연기한 이연 배우, 한예은을 연기한 황현정 배우 같은 경우에는 신선하고 놀라웠다. 이연과는 의상 미팅을 할 때 만나고 심장이 두근두근할 정도였다. 한 번도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낼 수 없던 백성우가 존재하는 것 같았고, 촬영현장에서 보여준 에너지가 대단했다. 황현정은 연기 경험이 없는 아주 어린 배우다. 배역에 본질에 가깝게 신중하게 연기해서 물어봤다. 연기를 처음 해보고 오디션을 통해 만난 배우였다. 비슷한 사건 사례, 비슷한 범죄 유형의 해외 논문까지 번역해서 준비해왔다고 하더라. 실제 소년범들뿐만 아니라 소년범 저변의 역할들이 인상적인 게 많았다.

A. 법정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인물이 참여관과 실무관이다. (주영실 참여관 역을 맡은) 이상희는 그 자리에서 다 해줬고, 법정을 벗어나서 더 살아있는 연기를 해서 놀랐다. 점심시간 같은 때 대본을 보면서 법정을 걸어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이상희의 책상을 봤는데 메모가 있었다. 인물 주영실로서 이 사건을 바라본 주영실의 감정, 의견 이런 것들을 빼곡하게 쓴 거다. 대사가 하나도 없는데. 이런 태도로 대사 한마디 없는 긴 재판 신을 찍으면, 그 자리를 지키는 것도 체력적으로 힘들고, 대사 하나 표정 하나 없이 존재감을 보여주는 신인데 정말 감동받았다. 현봉식은 폭력 아빠로 나왔지 않냐. 현봉식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짧지만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었다. 피상적으로 가거나, 익히 알고 있는 아빠로 가면 그 사건 자체에 피해 소년에 대해 감정이입이 안된다. 그걸 정말 잘해주셨다. ‘가정폭력이요’ 하는데 진짜 보호자를 보는 느낌이었다. 한 회 한 회 모든 인물들이 정말 진심으로, 그게 한 일원으로 충실히 최선을 다해주셨다는 것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