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한민국의 부족한 상상력
韓 전시관 형식도 내용도 빈약
2 재일동포의 조국 위한 헌신
국가 행사마다 아낌없이 내놔
3日 , 3번째 엑스포 개최 저력
6개월 안정적 운영 노하우 갖춰
2 재일동포의 조국 위한 헌신
국가 행사마다 아낌없이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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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안정적 운영 노하우 갖춰

우선 상상력이 빈곤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알게 됐다. 축구장 270개가 넘는 광활한 면적의 엑스포는 국가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건축물부터 내부 전시물까지 가장 자신 있는 것을 선보인다. 전시관 내용에서는 각국의 경쟁력을 볼 수 있었다. 우주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은 달의 돌과 모래를 경쟁하듯 배치했다.
반면 한국관은 동네 체육관을 연상시키는 사각형의 대형 건물로 지어졌다. 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전면에 배치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전시 내용에서도 아쉬움이 느껴졌다.
현재 한국이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콘텐츠는 반도체나 자동차가 아닌 K팝이나 K푸드가 아닐까 한다. 3개로 나뉜 전시관 마지막에 K팝 콘텐츠가 일부 나오지만, 1관과 2관을 거쳐온 사람이라면 '왜 뜬금없이 이게 나올까' 하는 궁금함이 들 수밖에 없는 전시 내용이다.
전시 공간을 우악스럽게 만들다 보니 전 세계에서 뜨거운 인기를 보이고 있는 한국 음식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비좁아졌다. '패스트 팔로어'로 일관하다 '퍼스트 무버'로 나갈 수 있는 상상력이 부족해 제자리걸음을 하는 한국의 부족한 밑천을 드러낸 느낌이었다.
두 번째는 광복 후 조국을 위한 재일동포들의 아낌없는 희생을 알게 됐다. 이들은 일본의 억압과 핍박 속에서 어렵게 사업을 하면서도 조국의 좋은 일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내가 한 끼 굶어도 조국이 빛나면 되는 것 아니냐며 해맑게 웃는 사람들이다.
55년 전 오사카에서 열렸던 엑스포 때 한국관 건설 비용의 절반가량이 이들의 기부로 이뤄졌다. 서울올림픽 때는 올림픽공원 내 체육관 대부분을 지어줬다. 이들을 위해 한국 정부나 정치권이 해준 것은 무엇인가. 정치인들은 지지율을 위해 한일 관계를 늘 이용해왔다. 정부라고 해서 재일동포를 알뜰살뜰 챙긴 것도 아니다. 혐한이 늘고 '헤이트 스피치'가 한창일 때에도 늘 '그들의 문제'로 치부했다. 재일동포들의 가장 큰 걱정은 지난 2~3년 반짝 좋았던 한일 관계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또다시 나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일본 순사보다 한국에서 들리는 죽창가가 이제는 생존을 더 위협한다.
마지막으로 1970년과 2005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엑스포를 개최한 일본의 저력을 알게 됐다. 일본 국민의 무관심, 비싼 입장권과 음식 가격, 인공지능(AI) 시대에 똑같은 전시물로 6개월간 열리는 오프라인 전시의 한계 등 오사카 엑스포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하지만 엑스포에 참가하는 158개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하루 10만명 이상 찾아오는 공간을 6개월이나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본은 이런 노하우를 탄탄히 갖고 있고 이번에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불린다. 제대로 된 엑스포를 해본 경험이 없는 우리에게 오사카 엑스포는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다.
[이승훈 도쿄특파원 thoth@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