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청와대 여러 시설 중 일반인에게는 물론 취재진에도 가장 공개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관저입니다.
청와대 내 대통령 관저는 본관 뒤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 때 지어졌습니다.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깊숙한 곳입니다. 위치상으로도 그렇고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점에서도 가장 '깊숙합니다'.
대통령과 가족의 사적인 공간이므로 공식행사나 공개행사가 없는 곳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역대 대통령 중 관저를 취재진에 처음 공개한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었습니다. 그 이전이나 이후에도 대통령의 관저생활 사진은 필요한 경우 청와대 전속만 찍어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노 대통령이 관저를 취재진에 공개한 것은 세 차례입니다.
취임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2003년 3월과 그해 가을인 11월, 그리고 임기가 끝나 청와대를 떠나던 날이었습니다. 이 세 번도 관저 내부까지 공개한 것은 아니고 관저를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입구까지만 공개했습니다.
2003년 3월 11일,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의 배웅을 받으며 관저를 나서는 모습과 관저에서 본관까지 참모들과 이야기 나누며 걸어서 출근하는 모습, 집무실에 들어서 참모들에게 보고받는 모습 등을 공개했습니다.
청와대는 관저를 취재진에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하며 관저 안으로는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달라고 수차례 당부했습니다.
관저 입구에서 취재준비를 마친 기자들은 호기심에 찬 눈으로 의전과 경호관의 감시(?)를 피해 한발씩 앞으로 포토라인을 옮기며 관저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관저 역시 본관과 마찬가지로 푸른색 지붕이었고, 그리 넓지 않은 앞마당이 보였습니다. 마당에는 크지 않은 수목이 몇 그루 있었습니다.
마당 너머에는 고풍스럽지는 않지만, 전통미를 살리려 애쓴 문과 기둥, 보 등이 보였습니다.
문이 열려 있는 여러 개의 방도 볼 수 있었으나 용도는 물론 규모도 알 수는 없었습니다.
출근 시간이 되자 노 대통령과 권 여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구두를 신는 노 대통령의 모습, 권 여사와 이야기 나누는 모습, 마당을 나설 때 옷매무새를 만져주는 모습, 관저 밖까지 나와 배웅하는 모습 등을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를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취임 5일 후인 5월 15일,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의 배웅을 받으며 주영훈 경호처장, 송인배 전 일정총괄팀장 등과 출근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계절의 여왕'인 5월 중순답게 맑은 햇살 아래 밝은 분위기로 출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후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관저 소회의실에서 측근들과 함께 회의하는 모습 등 전속이 찍은, 직무와 관련된 사진을 여러 차례 제공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관저를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관저에서의 일상생활 중 특별한 한 가지를 공개하며 관저생활을 살짝 알렸는데, 이는 '새롬이'와 '희망이'의 근황이었습니다.
취임식 당일, 사저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을 떠날 때 주민들로부터 선물로 받은 진돗개 한 쌍의 성장 모습을 소개한 것입니다.
그 이외 관저생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취임 초 독신으로 여성 대통령인 탓에 관저를 일부 구조 변경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적은 있습니다. 이런 구조 변경 내용 중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는 '거울방'의 존재가 보도되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도 관저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진 보도는 없었습니다. 다만 가족생활 모습이 한두 번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집무실이 이동하더라도 관저는 그대로일 것입니다.
관저는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 마지막으로 머무는 공간입니다.
2008년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던 날,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를 하루 넘겨 청와대 관저를 떠나 취임식에 참석한 뒤 KTX를 이용해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떠났습니다.
아래는 관저를 나서는 모습입니다.
2012년 2월 24일, 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에 청와대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관저를 떠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로 향했습니다.
2017년 3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심판 선고가 난지 삼 일째 저녁, 관저를 나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향했습니다. 탄핵 선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청와대를 떠나는 모습입니다.
다른 대통령을 살펴보면 1988년 2월 25일에 전두환, 1993년 2월 25일에 노태우, 1998년 2월 24일에 김영삼, 2003년 2월 24일에 김대중 대통령이 각각 청와대를 떠났습니다.
'떠남'은 대체로 씁쓸한 일입니다. 특히 정치인의 떠남은 더 그렇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제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는 퇴임 전날, "전직 대통령만큼 애처로운 사람도 없다"라고 말해 퇴임의 아쉬움을 직설적으로 토로했으며,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몇 명 되지 않는 전직 대통령의 숫자를 들어 비유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배타적인 노조'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관저의 성격상 지금까지 보도된 것 이상 구체적으로 보도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 사진이나 영상 이미지의 공개는 더 그럴 겁니다.
많지 않은 관저의 모습과 관저에서의 대통령들 모습도 청와대의 역사며 우리 역사의 한 단면으로 남을 것입니다.
다만 사생활 부분을 제외하고 관저 내 예술성이나 역사성이 담긴 부분이 있다면 한 번 공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doh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7년11월04일 13시0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