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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 진심합심] ‘내가 아닌 너에게’ 안세영의 혼잣말, 르브론의 셀프 토크

2024 파리 올림픽이 한창입니다. 다양한 종목에서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각축을 벌입니다. 스포츠팬들의 설렘, 응원도 올림픽의 큰 볼거리입니다. 저는 취재기자로 두 차례(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2004년 아테네 하계 올림픽) 현장을 뛰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는 것도 가슴 뭉클하지만, 다양한 종목에서 세계 최고의 플레이와 이를 이뤄내는 인간의 도전을 목격하는 것도 감동입니다. 최고의 난이도로 몸을 쓰는 모습에서 정신의 단련과 마음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즐기고 있으신가요. 제가 멘털에 대해 공부를 더하고 있어서인지 긴박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올림피언들의 다양한 자기 관리에 관심이 쏠립니다. 특히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 1위 안세영 선수의 모습에서 배울 게 많았습니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안 선수의 경기가 있으면 빼놓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배구 선수가 스파이크를 받아내듯 몸을 날리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경기를 마친 뒤 웃고 울고 소리도 지르는 등 자기표현도 확실합니다.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를 보면 그만의 독특한 자기 관리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올림픽이 좋은 이유가 세계적인 선수들의 생각과 생각의 태도까지 모두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안세영 선수의 과거 인터뷰(2023년 10월 11일 KBS)에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저는 (기질이) 내향형인데, 경기장 안에서는 많이 표출하려고 해요. 주눅이 안 들려 하고, 자신 있게 해야 상대의 기도 죽고 그럴 것 같아서요…. 혼잣말도 많이 합니다. ‘쫄지 마’ ‘자신 있게 하고’ ‘할 수 있어 너는’ 처럼 자기 위로같이 북돋아 주는 말을 합니다.”저는 여기서 혼잣말에 주목합니다. “쫄지 말고 자신 있게” 같은 말은 일반인도 흔히들 하곤 합니다. 평범한 듯해도 짧은 순간, 호흡을 바꾸는 과정에서 전문적인 훈련으로 다듬어진 혼잣말 루틴은 빠른 시간 내 에너지를 회복시키는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포인트를 따는 순간마다 심박수를 떨어뜨리며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습관으로서 혼잣말의 기능을 전문가 레벨의 선수들은 활용하고 있습니다.동기부여를 하는 의식적인 말이 다 이뤄지면 좋겠지만, 항상 그렇진 않잖아요. 그만큼 반대편의 감정(불안)을 확인하는 것이죠. ‘지금 좀 쫄리네, 자신감을 더 발휘해야 되는데’ 같은 감정이죠. 충분히 훈련되지 않는다면, 자칫 압박감이 더 커질 수도 있겠죠. 그래서 안세영 선수가 ‘너’라고 말한 부분이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나’ 대신 ‘너’라고 부르는 방법은 떨어져 보게 해줍니다. 지금 문제(나)를 문제 속에서 보지 않고 문제와 거리를 유지하도록 만듭니다. 외부의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면 조금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냉정을 되찾게 만든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합니다. 이렇게 혼잣말하는 대표적인 스포츠 선수가 미국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입니다. 르브론 역시 이번 올림픽에 출전 중입니다. 놀림감이 되기도 하는 그의 셀프 토크(self-talk)는 “르브론은 목요일 경기에 출전할 준비를 끝냈어” 같은 식입니다.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의 작가, 워런 버거의 『최고의 질문』이라는 책에서 그의 중얼거림을 다른 각도에서 분석합니다. 자기 문제를 겪으며 판단할 때 부정적인 편향에 쏠리는 것을 제3자에게 말하듯 관점을 바꿔주는 겁니다. 미국 듀크대의 유명 심리학자 댄 에리얼리가 말한 “자신에게 조언할 때보다 다른 사람에게 조언할 때 더 적절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설명도 곁들입니다. 우리도 결정의 두려움 앞에서 이렇게 자신에게 말해볼 수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해도 될까” 대신에 “내 친구가 이렇게 한다면 나는 어떤 조언을 해줄까”라고요. 입장을 바꾼 혼잣말이 자신을 편협함에서 꺼내 줄지 모릅니다.할리우드 배우 웨슬리 스나입스가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듣는 대사가 ‘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의식하지 못해도 우리의 혼잣말이 한숨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책이고 불만입니다. 올림피언의 혼잣말을 떠올려 보죠. 나만의 혼잣말 루틴을 만들어 봅시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08.0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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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산지직송’ 염정아를 주축으로 꾸린 새로운 조합의 예능 밥상 [정덕현 요즘 뭐 봐?]

남해의 한적한 어촌마을. 염정아를 맏언니로 박준면, 안은진과 막내 덱스가 한 식당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갓 잡은 싱싱한 멸치를 갖가지 방식으로 요리해 내놓은 밥상을 대하는 이들의 자세는 즐거우면서도 자못 진지하다. 이런 예능의 흐름은 이제 시청자들도 또 출연자들도 다 알고 있다. 먹은 걸 잡으러 가는 ‘노동’이 이어질 거라는 것. 그러니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밖에. 그리고 거나한 아침식사가 끝나자 예상대로 멸치털이를 하기 위해 배를 탄다. 멸치 비린내 가득 얼굴에 채워질 노동이 그들을 기다린다. 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은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이른바 ‘노동 예능’의 문법에 정직하다. 제목에 이미 이들이 무얼 할 것인가가 다 담겨있다. ‘산지직송’이라면 결국 산지로 간다는 이야기고, 직송이라면 그곳에서 나는 특산물을 직접 잡거나 수확하거나 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노동이 들어가는 것이고, 그 현장의 만만찮은 힘겨움을 예능적인 재미 요소로 포착하겠다는 의지다. 당연히 직송한 특산물을 갖고 음식을 만들고 한바탕 떡 벌어지는 만찬이 이어질 테고. 이런 예상대로 멸치털이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일을 한 후, 선별 작업을 해 상자에 담는 일까지 끝낸 출연자들은 미리 정해진 숙소로 이동해 그곳에서 한 판 요리를 벌인다. 멸치튀김에 멸치구이 한 상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펼쳐지고 저마다 감탄사를 쏟아놓으며 그 맛에 빠져든다. ‘1박2일’ 시절부터 ‘삼시세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여행 예능들과 ‘체험 삶의 현장’에서부터 ‘일로 만난 사이’로 이어지는 일련의 노동 예능들이 접목된 ‘언니네 산지직송’은 익숙하고 기대했던 예능의 ‘아는 맛’을 보여준다. 그런데 같은 아는 맛이라도 누가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맛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걸 ‘언니네 산지직송’은 보여준다. 그 키워드는 바로 ‘언니네’를 맡은 염정아를 주축으로 꾸려진 박준면, 안은진 그리고 덱스라는 새 얼굴들이다. 이미 ‘삼시세끼’ 산촌편에 출연해 뭘 해도 한 솥단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큰 손’ 캐릭터를 보여준 염정아는 ‘언니네 산지직송’에서도 역시 손 큰 언니의 진수를 보여준다. 고마운 이웃 아주머니가 주신 감자를 전부 다 쪄서 어마어마한 분량을 제작진과 나누는 모습이 그 예사롭지 않은 큰 손을 드러냈다면, 치즈 한 봉을 다 털어 넣어 만든 아침용 피자빵을 만들거나, 박준면이 그날 수확한 단호박을 이용해 고추장찌개를 하려 하자 엄청나게 큰 냄비를 쓰라고 하는 모습에서 염정아표 요리의 묘미가 만들어진다.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빵을 무료로 나눠주는 행복베이커리의 김쌍식 의인과 뜻을 함께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식혜를 새벽까지 만드는 모습은 이 예능의 노동에 흐뭇함을 더해놓는다. 손이 너무나 많이 가는 식혜지만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식혜를 챙겨가는 모습은 시청자들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를 함께 찍은 황정민이 함께 하자 이 ‘언니네 산지직송’이라는 밥상은 더 풍성해진다. 가만있는 걸 못 견뎌 하는 염정아지만, 그보다 더 부지런한 황정민 앞에 모두가 혀를 둘러대고, 노동이면 노동, 요리만 요리 뭐든 척척 해내는 모습에 프로그램의 분위기는 훨씬 더 화기애애해진다. 친분이 있는 박준면과 오빠 동생 같은 티키타카를 만들기도 하고, 덱스의 플러팅에 심쿵했다는 이야기도 꺼내놓는 황정민은 그래서 염정아와 함께 ‘언니네 산지직송’의 출연자들이 더 가족처럼 끈끈해지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막내라인으로 남매 같은 티격태격 케미를 보여주는 안은진과 덱스의 보기만 해도 청춘 영화 같은 모습은 ‘언니네 산지직송’의 맛을 훨씬 다채롭게 해준다. 물론 ‘언니네 산지직송’은 똑같은 음식이라고 해도 직접 노동을 해 가져온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각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쉽게 마트에서 사서 요리해 먹는 식재료들이 어떤 노동의 과정을 거쳐 밥상까지 오르게 됐는가를 실감함으로써 그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를 전면에 굳이 내세우기보다, ‘언니네 산지직송’은 보다 정직한 노동예능을 선보이려 하고 있다. 아는 맛이지만, 염정아를 주축으로 꾸려낸 새로운 조합으로 차린 예능 밥상이 맛을 내는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4.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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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데드풀과 울버린’, ‘퍼펙트 데이즈’ 그리고 영화인 연대

영화계가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예상 못 했던 일은 아니다. 파리 올림픽이다. 다만 이렇게 초장부터 금이 쏟아질 줄은 몰랐다. 이럴 때는 TV 시청률이 올라간다. 가족들이 TV 앞에 모인다. 당연히 극장은 무슨 극장이냐는 소리가 나온다. 극장은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영화계에 오래 있었던 사람일수록 경험에 비추어, 상황은 비관적으로 보지만 미래는 낙관적으로 본다. 지성의 비관주의는 의지의 낙관주의와 교호(交互こうご)한다. IMF도 겪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도 버텼다. 영화계는 10년 주기로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데 1990년대 후반에는 IMF가 터졌고 2000년대 후반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2010년대 후반에는 코로나 위기가 컸다. 모두 시간이 걸렸지만 난국을 뚫고 나왔다. 양극화가 심화되긴 했다. 지금 영화의 위기도 ‘느슨한’ 10년 주기설로 볼 수도 있다. 그러니 극복될 것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올림픽 특수 기간 중 잘될 영화는 ‘데드풀과 울버린’이다. 할리우드 특유의 캐릭터 합성 영화다. 벌써 125만명(이하 30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넘겼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2017년에 내놓은 ‘저스티스 리그’ 같은 영화다. ‘저스티스 리그’는 슈퍼맨 사후 지구를 파괴하려는 빌런(악당)에 맞서기 위해 배트맨과 원더 우먼, 아쿠아 맨 등이 총출동한다. 나중에는 슈퍼맨도 부활한다. 할리우드는 이런 ‘짓’을 잘하고, 잘 만들며, 완전 오락합일체로 만들어서 돈도 많이 번다. ‘데드풀과 울버린’이 특이한 것은 둘 다 변종이라는 것이다. 인생과 세상에서 주인공들이 아니다. 주변의 인물이고, 정의를 구현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해서 싸우는 캐릭터들이다. 안티히어로들이다. 근데 그게 더 호응을 얻는다. 솔직하고 위기에도 유머를 구사하며, 어쨌든 이기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 곧 생존이 어려운 시대에 대중이 좋아할 캐릭터들이다.데드풀은 일종의 전기 화상을 입어 흉측해진 외모 때문에 가면의 생을 살아가야 하지만, 상처 회복이 초인적으로 빨라 여간해서는 죽지 않는다. 그건 울버린도 마찬가지인데 이 둘은 일종의 불사신이고 그래서 싸우는 데 있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목만 안 잘리면 된다. 오래전 크리스토퍼 램버트가 나왔던 ‘하이랜더’(1990)의 맥을 잇되, 첨단 공학으로 탈바꿈시킨 내용인 셈이다. 불사신의 매력이 이 영화의 흥행 요소다. 당연히 100% 즐기는 영화고 여름용으로 제격이다. 오랜만에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가 국내 극장가를 주름잡고 있다.다른 영화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8월 초 중반 시장의 특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퍼펙스 데이즈’가 비평과 영화 마니아를 마케팅 중심에 내세우는 ‘슬로 시네마 마케팅’으로 바닥을 기면서 (스크린을 많이 잡지 않고 오래 상영하는 마케팅 전법으로) 장기 흥행을 노리고 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그런 전법으로 현재 대박을 쳤다. ‘프렌치 수프’도 조용히 극장가를 지키고 있다. ‘퍼펙트 데이즈’는 일단 안정적으로 관객 10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6만 9483명을 모았다. N차 관람 조짐도 보인다. 8월 한국 극장가가 상업영화 대 비상업영화의 전선으로 뚜렷이 나뉠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예술영화가 한쪽의 시장을 받쳐 주고 있다.한편으로 ‘영화산업위기극복 영화인연대’가 출범했다. 티켓값 인상에도 극장 측이 통신사 할인요금 비율을 공개하지 않아, 객단가(관객 1인당 평균 관람료)가 불공정하게 책정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영화인연대 출범의 계기다. 결국 극장과 배급사가 한 몸 구조인 수직계열화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법률 제정 이슈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거대 담론의 쟁점이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며, 다소 정치 구조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영화계가 잘 통합 운영돼야 할 것이다. 40억~50억원 예산의 중급 한국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먼저일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특히 올해 들어 극장가를 버티고 가는 힘이 상업영화든 예술영화든 해외 작품들에서 나오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그게 먼저다. 일의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할 것이다. 10년 주기로 봤을 때 아마 이 문제도 잘 해결하고 극복할 것이다.오동진 영화평론가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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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은 그닥 '놀아주는 여자', 어떻게 화제성 터졌나 ②

JTBC 수목드라마 ‘놀아주는 여자’가 입소문을 타면서 뜨거운 화제성을 불러모았다. 사랑에 빠진 모태솔로와 키즈 유튜버의 로맨스가 동화 같은 독특한 분위기에서 펼쳐졌고, 여기에 B급 코미디가 어우러져 마니아층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31일 “‘놀아주는 여자’는 특정 시청자층이 열광할 만한 만화적 이미지와 코믹 요소가 가득하다”며 “더구나 자극적인 장치가 없고, 시종일관 순수함 가득한 캐릭터와 서사들은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재미를 안겨주고 힐링을 자아냈다”고 평가했다. ‘놀아주는 여자’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한 큰 형님 지환(엄태구)과 아이들과 놀아주는 유튜버 ‘미니 언니’ 은하(한선화)의 반전 충만 로맨스 드라마다. 지난 6월 12일 첫방송된 후 시청률은 최고 3.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평균 2%대를 기록하며 시청률 면에서는 그닥 성과를 내지 못했다.그러나 화제성은 무척 뜨겁다. ‘놀아주는 여자’는 점점 입소문을 타더니 K콘텐츠 경쟁력 전문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 결과 TV-OTT 통합 드라마 기준 톱3에 랭크됐고, 주연인 엄태구는 출연자 기준 1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주연 한선화도 톱5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OTT인 라쿠텐 비키에서는 종영을 앞둔 방영 6주차 기준 110여 개 국가에서 시청자 수 기준 1위를 기록하고 미국, 브라질, 영국 등 59개 국가에서 6주 연속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놀아주는 여자’의 인기 비결로 단연 작품을 이끄는 캐릭터의 순수한 매력이 꼽힌다. 첫 방송 전 김영한 감독은 “‘놀아주는 여자’는 ‘배우 엄태구가 로맨스를 한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출발한 작품으로, 캐릭터를 포함해 작품의 유니크한 매력을 쭉 밀고 나가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엄태구는 남성성이 짙은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극중 모태솔로로서 순수하고 허당미 넘치는 매력의 캐릭터를 그려내며 신선함을 불러모았고, 한선화 또한 발랄하고 통통 튀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동심 충만한 ‘놀아주는 여자’ 분위기의 중심을 잡았다는 평가다. 순수한 매력의 캐릭터들에 자칫 유치할 수 있는 GG(그래픽 이미지), 효과음이 적재적소에 덧붙여져 과몰입을 불러모았고 이는 코믹함을 배가시켰다. 극중 지환과 은하가 처음 만나 서로를 쫓는 장면에서는 애니메이션 같은 특수효과로 속도감을 살렸다. ‘어깨 깡패’라는 은하의 칭찬에 기세등등해진 지환의 어깨에 번쩍거리는 효과를 추가해 웃음을 유발했다. 글자수에 눈웃음 이모티콘 유무까지 따져가며 질투하는 지환의 귀여운 면모를 자막으로 드러내 폭소를 일으키는 동시에 캐릭터의 매력을 진하게 녹여내기도 했다. 심지어 지환과 은하가 티격태격하는 신에선 ‘으르렁’ 소리가 효과음으로 활용됐는데, 이처럼 매회 상상을 뛰어넘는 장면들이 탄생해 드라마의 재미를 높였다. 이 같이 매력 가득한 신들은 유튜브 쇼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돼 작품 자체의 화제성을 높이는 데 한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신들이 단시간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작품에 대한 유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JTBC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놀아주는 여자’ 10분 이상의 영상보다 쇼츠가 대부분 더 주목을 받으면서 31일 기준 최대 500만 뷰, 평균 30만 뷰를 기록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튜브, SNS 등에서는 드라마의 몇몇 신들만 공유되기 쉽다. 깊고 복잡한 서사보다 가볍고 다소 단순한 내용과 개성 강한 신들이 누리꾼 사이에서 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놀아주는 여자’의 경우 독특한 장면에 효과음 등이 재밌게 합쳐지면서 누리꾼의 관심을 끌 요소가 가득했다”고 짚었다. ‘놀아주는 여자’ 최종회는 1일 오후 8시 50분 방송된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08.0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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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광인 성인가요] 83세 싱어송라이터도 어머니가 그립다

나이는 과연 숫자일 뿐일까? 80세가 넘는 나이에도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울까?요즘 성인가요계의 상황을 보면 모두 맞는 말로 생각된다. 70세가 넘어 데뷔하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가수들이 수두룩하고 심지어는 80세가 넘었는데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립다면서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만들어 노래하는 가수까지 등장했다.‘가요계 최고령 싱어송라이터’로 불려온 유성호(83) 선생이 새 자작곡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송태호 편곡)를 내놓으면서 또 신기록을 작성했다. 북경오리전문점 ‘베이징 코야’의 회장 겸 서부신문 사장으로 일하면서 또다시 자작곡을 발표했다.2023년 12월 발표한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는 평생 자식들을 위해 헌신한 모친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복고적인 트롯이다.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를 애절한 창법으로 노래했다.특히 무대에 오르기만 하면 80대 중반의 고령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풍부한 성량과 힘 있는 창법으로 열창을 해 젊은 가수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정감 넘치는 목소리로 여유롭게 노래했다. 유성호 선생의 신곡 발표는 2020년 내놓은 ‘나는 청춘세대다’ 이후 3년 만이다. 그 전 해인 2019년에는 ‘이별은 무슨 이별’을 내놓으며 관심을 끌었다. 급증세에 있는 황혼이혼을 줄이자며 만든 ‘이별은 무슨 이별’을 발표한 직후 한국가요강사협회가 노래가 좋다면서 ‘이별은 무슨 이별’ 부르기 콘테스트를 개최했기 때문이다.2015년 75세 때 ‘인생은 백세시대’를 작사, 작곡하고 직접 노래하며 데뷔한 유성호 선생은 2016년 두 번째 자작곡 ‘낙원동의 밤’, 2017년 세 번째 자작곡 ‘11시에 전화벨소리’를 연이어 발표했다. 2018년 도전한국인운동본부로부터 직접 작사, 작곡하고 노래한 최고연장자 기록 인증서와 인증패를 받기도 했다.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현 세종시)에서 태어난 유성호 선생은 20세 때인 1961년 KBS 농어촌 순회공개방송 연기군 편에 출연해 ‘황성옛터’로 1등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군 입대 후 월남에 파병돼 백마부대 사단 수색중대원이 됐지만 가수 뺨치는 노래솜씨로 백마사단 식전행사 전담병사로 명을 받고 전투에 참가하는 일보다 사단의 크고 작은 행사에 나가 노래하는, 마치 사단 전속 가수처럼 근무를 했다.월남 파병 후 참전용사들의 사기를 높였다는 공을 인정받아 병장시절 사병으로는 최초로 대통령 하사 기념품을 받았다. 이 기념식장에서 당시 해병대 청룡부대원으로 파병된 남진 상병을 처음 만나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당시 12개월 파월 근무가 끝났지만 8개월 더 근무해주겠느냐는 사단장의 요청으로 월남에서 20개월을 근무하며 노래를 부르다가 귀국해 전역을 했다.사업가로 성공한 유성호 선생은 2014년 4월 KBS1 ‘전국노래자랑’ 서대문구편에 참가해 ‘비 내리는 고모령’을 불러 장려상을 수상했다. 또 12월 ‘전국노래자랑’ 연말 결선 참가자로 뽑혀 진행자인 송해 선생과 같은 곡의 2절을 함께 노래하며 화제를 모았다.이 일을 계기로 가까워진 송해 선생과 월남전에서 만난 남진의 적극적인 권유로 자작곡 ‘인생은 백세시대’를 취입하며 가수로 데뷔하기에 이르렀다. 또 낙원동 거리에 ‘송해길’이 선포될 무렵 ‘낙원동의 밤’을 만들어 발표하면서 가수 활동을 이어왔다.유성호 선생의 모친인 고 박복녀 여사는 일곱 남매의 어머니로서 일찍이 부군과 사별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녀들을 훌륭히 키운 장한 어머니로 칭송을 받았다. 특히 여섯 아들들을 군에 입대시켜 조국수호에 앞장서게 했다. 유 선생의 둘째 형은 1949년 입대해 경비대에서 근무했고, 셋째 형은 1951년 해병대 11기로 입대해 두 형 모두 6·25 참전용사였다. 유 선생 본인과 동생은 월남전에 참전해 네 명의 아들이 국가유공자가 됐다.유성호 선생은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놓고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면서 “제 노래로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이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석광인 대기자전 스포츠조선 연예부장전 예당미디어 대표현 차트코리아 편집인 2024.07.31 05:34
드라마

[정덕현 요즘 뭐 봐?] 감사합니다’, 기업 비리와 맞서는 신하균표 사이다 활극

“쥐새끼를 잡고 싶어 지원했습니다.” tvN 토일드라마 ‘감사합니다’에서 신차일(신하균)은 JU건설 감사팀 팀장 면접에서 지원동기를 묻는 질문에 그렇게 답한다. 면접 자리에서 ‘쥐새끼’ 운운하는 이 인물의 도발에 임원진은 당황하지만 그는 미동도 없이 말을 이어간다. “JU건설에는 쥐새끼가 아주 많습니다. 방만하시면 회사를 다 갉아 먹을 겁니다.” 그가 말하는 쥐새끼란 바로 기업 내에서 횡령이나 배임 같은 비리를 저지르는 자들을 뜻한다. 그의 표현이 다소 과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감사합니다’가 보여주는 기업 비리에 의해 벌어지는 참사들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결코 과한 표현이 아니라는 걸 공감하게 된다. 즉 비리는 기업 내부를 갉아먹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고한 서민들의 삶을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사회적 재난을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로 등장한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크레인 전복사고는 회사의 전무가 뒷돈을 받고 부실한 크레인을 도입해서 벌어진 인재지만 그로 인해 무고한 인부들이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더 직접적이다. 서민들의 주거지 재건축 사업에 들어온 돈을 건설회사 직원이 결탁해 횡령한 사건이다. 이로써 내부비리는 그 주거지에 살고 있던 서민들의 삶 전체가 뿌리뽑힐 수 있는 위기 상황으로 이어진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함바 비리 사건이다. 건설 현장과 연결된 함바 식당 선정에 있어 청탁 비리 같은 것들이 벌어지는데 그것은 결국 그 곳에서 식사를 하는 인부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리는 등의 사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이 에피소드는 보여준다. 이처럼 기업 내부에서 벌어지는 횡령, 배임 같은 비리들은 고스란히 사회적 재난들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건 우리가 실제 현실에서도 자주 목격해왔던 것들이다. 지난 2021년 광주 동구 학동에서 벌어져 17명의 사상자를 낸 건물 붕괴 참사만 봐도 그렇다. 그때 제기된 건설업 다단계 하도급의 문제는 이미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반복적인 참사가 일어나는 이유다. 결국 기업 내부 비리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참사의 비극은 그 여파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우리는 무수한 기업 비리와 연관된 사건사고들을 통해 경험한 바 있다. 그래서 앞도 뒤도 재지 않고 그 어떤 경영진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쥐새끼를 잡기 위해 돌진하는 신차일 같은 돈키호테가 시청자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는 황대웅(진구) 같은 부사장 앞에서도 굽히지 않고 감사를 해나가는 인물이고, 또 사적 감정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공적인 임무에 충실한 인물이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저 거대한 풍차처럼 보이는 기업 내부에 돌아가는 비리들을 향해 창을 들고 달려가는 그의 돈키호테 같은 면모가 오히려 시원시원하게 느껴진다.‘감사합니다’는 기업 비리라는 사건의 특징으로서 ‘신뢰를 이용한 범죄’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믿었던 사람이 알고 보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충격을 주고, 그렇기 때문에 그 척결 과정이 주는 카타르시스도 훨씬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범이 누구인가를 두고 복잡하게 얽히는 수사물보다는, 보다 적군과 아군을 분명히 나눠 고구마와 사이다를 적절히 활용하는 활극의 성격이 더 강하다. 그만큼 신차일은 궁지에 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끝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감사합니다’ 역시 결코 쉽지만은 않은 기업 내부 비리 감사의 현실적인 면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신차일을 처음 JU건설의 감사팀장으로 세운 황세웅(정문성) 대표의 속내가 어쩌면 경영권을 쥐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감사팀원도 회사의 직원일 수밖에 없다는 그 한계를 생각해보면 신차일이 어쩌면 대표와 맞서게 될 수도 있는 이 난제들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 궁금해진다. 현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판타지를 보여주면서도, 결코 쉬울 수 없는 기업 비리 감사의 현실을 모두 담아내려는 ‘감사합니다’의 진정성 있는 기획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4.07.29 05:50
뮤직

[석광인 성인가요] 출중한 가창력으로 팬 매료시키는 안선유

안선유의 노래는 음반보다 라이브로 감상할 때 훨씬 더 멋지게 들린다. 요즘 가수들은 좀처럼 부르지 않는 선배 가수 패티김과 현미의 명곡들을 거침없이 부르는 라이브 실력이 그만큼 출중하기 때문이다.부부 사이의 따뜻한 사랑을 그린 곡 ‘함께 할 사람’(강재현 작사·이창휘 작곡)도 웬일인지 음반으로 듣는 것보다 공연을 녹화한 영상으로 감상하는 게 더 낫게 들린다. 2023년 11월 열린 ‘제1회 K시니어 뷰티 콘테스트’에서 골드부문(55세 이상) 진으로 뽑힌 남다른 외모 덕택이기도 하지만 시니어 가수로는 드물게 풍부한 성량과 탁월한 가창력을 갖춰 더 매력적으로 들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안선유는 ‘함께 할 사랑’을 부르면서 2021년 6월 성악곡 분위기의 발라드 ‘대답 없는 그 이름’(전선용 작사·김두선 작곡)을 발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피아노 반주만으로 부른 그리움을 그린 노래인데 감상용 곡으로 빼어난 작품이다.안선유는 “달빛 한 잔 기울이며 쓸어내리는 내 맘 음 음 음”이라는 노랫말이 인상적인 ‘대답 없는 그 이름’을 메조소프라노로 작은 음악회에서 부르곤 했다. 그러나 성인가요 가수로 행사무대에서 노래하기엔 적합하지 않아 자주 부르지는 않는다.‘대답 없는 그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은 성악가 출신 가수로 짐작할 만하다. 실제로 중고교 시절 잠시 성악 공부를 했다고 한다. 경기도 평택의 유명한 배 과수원집 1남 6녀 중 넷째로 태어난 안선유는 평택여중 2학년 때 음악선생님에게 개인 레슨으로 음악을 배웠다.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나왔다는 이진숙이라는 이름의 그 교사는 안선유의 노래를 들어보고는 성악과에 진학하라면서 노래를 가르쳐줬다.평택여고에 진학해서도 레슨을 계속 받으면서 교내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서 ‘그네’ ‘동심초’ 등의 가곡들을 부르곤 했다. 그러나 그 선생님의 소망처럼 음대에 진학하질 못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문제였다. 고3 때 우연히 TBC ‘신인가요’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별 2개를 받고 유명 작곡가 이봉조 선생의 눈에 띄어 스카우트됐다. 당시 그 프로그램에는 김연자가 함께 출전해 별 3개를 받았다.현미의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없이’ 등을 만든 유명 작곡가 이봉조 선생이 스타로 만들어준다니 마다할 수 없었다. 이봉조 선생에게 노래를 배우며 존경하던 대선배인 현미를 따라 미8군 무대 구경도 많이 다녔다.그 바람에 공부하지 않는다고 오빠에게 야단도 많이 맞았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일찌감치 가장 노릇을 해오던 오빠에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가수가 된다며 뻔질나게 서울을 드나드는 여동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봉조 선생은 무교동에 있던 극장식 식당 ‘월드컵’으로 안선유를 데려가 관계자를 불러 무대에 세워보라고 했다. 이른바 오디션이었다. 안선유는 무대에 올라 패티김의 ‘그대 없이는 못살아’를 부르고 월드컵 무대에 고정 출연하기 시작했다.오빠가 펄펄 뛰며 반대했지만 어머니는 넷째 딸의 가수 활동을 허락해주셨다. 서울에 방을 구해주시고 비싼 의상비도 내놓으셨다.월드컵 무대에 오르며 밤무대 기획사 소속으로 계약을 하고 무교동과 명동 일대 유명 야간업소에 출연하면서 밤무대 가수로 유명해졌다. 명동 라데팡스에선 남진 선배와 함께 무대에 올랐고, 다른 곳에선 대선배 쟈니리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신곡을 만들어 놓았으니 취입하라는 이봉조 선생의 전갈이 왔지만 너무 바빠 차일피일 미루다가 취입을 못하고 말았다.당시 안선유가 출연하는 업소마다 쫓아다니던 청년이 있었다. 유통업을 하던 사업가였는데 사귀다가 스물세 살 때 결혼을 하고 전업주부가 됐다.안선유는 13년 전 남편과 사별을 했다. 그 새 두 딸들이 출가했다. 완전히 혼자가 된 이후 다른 가수들과 어울려 경로당 등을 다니며 봉사활동을 벌이다가 2020년 ‘나타샤와 백석역’(전선용 작사·김두선 작곡)을 발표하며 밤무대에 선 지 45년 만에 자신의 노래를 갖게 됐다.석광인 대기자전 스포츠조선 연예부장전 예당미디어 대표현 차트코리아 편집인 2024.07.24 05:40
뮤직

[X why Z] 삐그덕으로 돌아온 NCT127

NCT127이 ‘삐그덕’이라는 신곡을 들고 컴백했다. 노래를 듣다보니 “한걸음 한걸음 가더라도 끝까지 가겠다”는 마음, “삐그덕거리더라도 내 길을 가겠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NCT127은 어느새 K팝 신에서 큰 형이 돼 버렸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후배들에게 모든 면에서 모범이 돼야 하고 또 음악적인 성장은 물론 퍼포먼스적으로도 멋짐이라는 걸 보여줘야 하기에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역시나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보여줬다. 평소 NCT를 좋아하는 Z는 ‘삐그덕’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X재국 : NCT127이 컴백했던데?Z연우 : NCT127이 ‘비 데어 포 미’ 이후 7개월만에 정규 6집 ‘워크’(WALK)로 컴백했어요. 타이틀곡 제목이 ‘삐그덕’이라는 걸 듣고 ‘엄청 NCT127스럽다’ 싶었지만 뭔가 예상하기 어려운, 그리고 또 어떤 느낌으로 나올지 예상조차 안되는 느낌이라 오히려 더 궁금해져서 계속 기다리게 됐어요.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워크데일리매거진’이라는 프로모션으로 요즘 인스타 피드에서 많이 보이는 매거진 계정들이 있는데, 그곳에 올라오는 게시물처럼 티저 사진이나 노래 스포일러, 그리고 멤버들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온 걸 보고 팬들의 기대감은 더 커졌어요. 아이돌 중에 이런 프로모션을 하는 팀은 처음이었고 무척 트렌디하다고 느껴져서 게시물을 보며 새 노래를 기다리는 맛이 있다고 생각했어요.X재국 : 신곡 ‘삐그덕’은 어떤 노래인 거 같아?Z연우 : ‘삐그덕’은 2000년대 초반 느낌의 힙합곡으로 NCT127만의 스타일로 걸어 나아가겠다는 자신감을 담은 곡이에요. 무대에서 입는 의상들도 올드스쿨 바이브로 힙하고, 뮤직비디오에서도 올드스쿨 느낌이 많이 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올드스쿨 힙합은 NCT127이 처음 도전하는 장르인데도 너무 찰떡으로 소화해냈어요. 노래는 들을수록 좋고 안무도 힙합 바이브가 느껴져서 좋아요. X재국 : 시즈니들이 NCT127에 기대하는 게 있다면?Z연우 : ‘삐그덕’이 NCT127만의 스타일대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담은 곡이잖아요. NCT 그룹 자체부터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고 특히나 NCT127은 더 독특하고 스타일이 뚜렷한 편인데 그걸 8년째 지켜오고 있고, 자신들만의 길에 확신이 있고 자부심을 갖는 모습이 멋있어요. 그리고 그게 NCT127의 매력이고 NCT127다운 것 같아요. NCT127에서 ‘127’은 서울의 경도를 뜻해요.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룹으로 시작한 만큼, 여태까지 여러 활동들로 K팝을, 그리고 도시 서울을 전세계에 알리는 데 NCT127이 많은 노력을 했죠. 최근에 활동했던 노래들 중 ‘팩트체크’나 ‘비 데어 포 미’, 그리고 ‘삐그덕’, 수록곡 ‘오렌지 물감’ 등의 뮤직비디오나 노래 속에서 서울을 더더욱 잘 보여줬고 서울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주는 게 NCT127을 계속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부분이에요.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NCT127이 초심을 잃지 않고 누가 뭐래도 자신들만의 길로, NCT127의 스타일로 팬들과 함께 걸어가줬으면 좋겠어요.아이돌 그룹이 자신만의 세계관을 갖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고 또 트렌드에 적응해야 하고 팬들과 인터랙션을 통해 소통해야 하는 입장에서 자기 길을 간다는 건 자신감과 뚝심이 아니면 힘든 일이다. 그런데 NCT127이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고, ‘삐그덕’거릴 지언정 그 길을 자신 있게 가고 있다는 게 참 대견하고 멋있어 보인다. 지금 당장은 ‘삐그덕’거린다고 느낄지 몰라도, 먼 훗날 NCT127이 걸어간 길을 돌아보는 날이 온다면 그 길은 참 아름답고 멋진 길이었다고 평가받는 날이 꼭 오리라 믿는다.◇필자소개=이재국 작가는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컬투의 베란다쇼’, ‘SNL코리아 시즌2’, 라디오 ‘김창열의 올드스쿨’ 등 다수의 프로그램과 ‘핑크퐁의 겨울나라’, ‘뽀로로 콘서트’ 등 공연에 참여했다. 2016 SBS 연예대상 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는‘아빠왔다’, ‘못그린 그림’이 있다. 이연우 양은 이재국 작가의 딸로 다양한 재능을 가졌으며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 평범한 청소년이다. 2024.07.23 05:41
프로야구

[김종문 진심합심] 팀워크를 깨는 루머를 트레이드 하라

"우리가 돈 없다고 00에서 소문낸다고요? 대주주 적격 심사가 얼마 남지 않아 저쪽에서 흑색선전을 해대는데…, 나가서 전하세요. 지금 내가 하는 말 그대로 밖에 알리세요. 내 재산이 △△△보다 많다고요." 감정 기복이 없던 J 회장의 목소리가 이날은 달랐다. 높은 톤에 말투도 빨라졌다. 스스로 묻고 답하면서 임원진 한 명 한 명을 쳐다보다 작심한 듯 마지막 말을 꺼냈다. 강하게 또박또박. "내 재산이 △△△보다 많다."다음날 J 회장의 말은 금세 세상에 퍼졌다. 지라시(루머를 모은 정보지를 뜻하는 속어)에도 올랐다. 보통 대외비에 붙여지는 임원회의 내용이 그날만큼은 회장 뜻에 따라 참석자들이 적극적으로 흘렸기 때문이다. 세상 다 아는 재벌 2세 △△△의 재산보다 J 회장이 더 부자라는 말의 임팩트는 무척 컸다. 00과 경쟁에서 밀린다고 느끼던 조직원들이 위축감에서 벗어났다. 시중 여론도 J회 장이 막판 역전타를 날렸다는 반응이었다.정부에서 선정하는 주요 사업에 도전하던 어느 중견기업 이야기입니다. 경쟁사의 흑색선전이 등장하면서 탈락 위기에 처합니다. 소문이 확산했고, 관련 기사가 이어지며 그 기업은 궁지에 몰립니다. 조직 내부가 동요합니다.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한 J 회장은 짧고 강렬한 '한방'을 꺼냅니다.당시 기자였던 저는 회장의 승부수를 옆에서 지켜보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흥미진진한 조직 안팎의 모습까지 관찰하며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그런 경험이 야구단에서 일할 때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루머를 작동시키는 메커니즘과 이에 대응하고 또는 역이용하는 방식, 정보를 판단하는 기준 등에 관련해서입니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과 리스크 관리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10여 년 일해보니 야구단이란 조직과 관련 업계가 루머에 상당히 취약합니다. ‘카더라’ 같은 소문이 일반 기업이나 조직보다 더 빠르게 날아다닙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없거나 검증도 부실하고, 말만 옮기는 안타까운 장면을 종종 보게 됩니다. 처신에 신중해야 할 일부 지도자, 해설가 등 책임감을 갖춰야 할 분 중에 눈총받을 일을 벌이기도 합니다. 빠르게 상황을 보는 데만 길들여진 스포츠 현장의 특성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최근 야구판의 가장 큰 루머는 한 마무리 투수 트레이드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디어와 유튜브 등에 반복적으로 A 선수 이름이 나옵니다. 어느 기사에는 "팀을 옮기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라는 해당 선수의 체념 섞인 인터뷰도 있더군요. 트레이드 마감시한(7월 31일)까지 아마 계속 반복될 겁니다. 비슷한 상황을 저도 2020년 지켜봐야 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선수들이 겪을 심리상태를 제가 경험한 범위 안에서 예상해 보겠습니다.루머의 중심인 A 선수는 짜증이 납니다. 소속팀이 나를 보내려는지 의심스럽습니다. 한편으론 ‘B팀(또는 C팀)에 가면 어떻게 되지?’라고 상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잠재적인 트레이드 상대 팀에서도 난리가 납니다. 누가 나갈까 이름 맞추기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자기 자리가 굳건한 일부 주전 중엔 주니어나 유망주들 이름을 꺼내며 시나리오를 짜고 앉았습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가벼운 그런 사람이 꼭 있습니다. 소문은 마치 태풍처럼 지나가는 곳마다 생채기를 남깁니다. 마음이 흔들립니다. 누군가 자존심에 상처가 되고, 조직에 대한 불신이 자라고, 동료 간 팀워크에 금이 갑니다.숨어있는 루머의 생산자가 노리는 게 이것일 수 있습니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호사가의 재미를 넘어 상대를 흔들려는 의도가 다분한 경우도 있습니다. 루머가 나올 때마다 하나하나 확인해 주기 곤란합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소문의 꼬리를 잡고 끌려다니는 꼴이니까요.해결책은 내부 팀워크부터 우선순위에 놓고 소문과 정보를 구분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사실 확인된 것만 정보로 인정하고, 조직 내 일정 범위까지는 빠르게 공유합니다. 밖에서 듣는 말에 쏠리지 않게 안심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보의 유통 속도를 높여야 소문의 함정에 빠지는 자책골을 피합니다. 그리고 상황 판단과 과감한 결단입니다. J회장처럼 말입니다. 그는 루머를 잠재우고 사업권을 따냈습니다.트레이드 마감까지 9일 남았습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07.22 07:30
예능

[정덕현 요즘 뭐 봐?]‘서진이네2’, 익숙한 나영석표 예능에 더해진 새로운 킥 ‘고민시’

늘 먹어도 물리지 않는 음식이 있다. 곰탕이 그렇다. 한번 먹고 어느 정도의 쿨타임이 지나면 이상하게도 또 땡기는 음식. 나영석 사단이 해온 여행 프로그램들은 바로 그 곰탕을 닮았다. 물론 혹자는 ‘우려내는 사골’에 빗대 비슷한 소재나 형식을 반복하는 걸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놓을 때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걸 보면 오래 우려내 진한 맛을 내는 나영석 사단 특유의 여행 프로그램에 대한 노하우가 느껴진다.그 나영석 사단이 이번에는 진짜 ‘곰탕’을 들고 왔다. 아이슬란드에 가서 뜨끈한 곰탕 장사를 하겠다는 tvN ‘서진이네2’가 그것이다. 기획의도는 한 줄로 요약될 정도로 심플하지만 시청자들은 그것만으로도 궁금해진다. 과연 그 곳 사람들은 곰탕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또한 새로운 그림에 대한 기대감도 생긴다. ‘서진이네’ 시즌1에서는 뜨거운 여름 멕시코 바칼라르에서 김밥, 떡볶이에 라면 같은 분식을 팔았다. 그것과 비교해 나라 이름부터 꽁꽁 얼어붙을 것 같은 날씨에 우리네 정성이 가득 담긴 뜨끈한 국물은 어떤 풍경들을 만들어낼까. 그런데 이 기획은 그 기원(?)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선에서 처음 tvN ‘삼시세끼’가 문을 열었을 때, 자급자족으로 해 먹으라는 제작진의 요구에 이서진이 커다란 솥단지에 소꼬리와 뼈를 넣어 오래도록 끓여내 만든 곰탕이 그 시작이기 때문이다. 당시 손님으로 찾아온 ‘꽃보다 할배’ 신구와 백일섭이 이서진이 끓여낸 곰탕을 맛보고는 유명 곰탕집보다 낫다고 하자 이서진이 “곰탕집 하나 할까 봐요”라고 했던 게 그 계기가 됐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서진이네2’는 아이슬란드의 예사롭지 않은 날씨 속에 위풍도 당당하게 서 있는 ‘서진 뚝배기’라는 간판으로 시선을 잡아끌었다. 새로운 이야기보다는 익숙한 이야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서진이네2’는 예상 외로 시작부터 새로운 서사가 등장했다. 보통 가게 오픈 첫 날은 현지를 파악하고 적응하는 시간으로, 손님들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게 지난 ‘윤식당’부터 ‘서진이네’까지의 가게 풍경이었지만 ‘서진이네2’는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물밀 듯이 밀려드는 오픈런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룰로 매일 그날의 메인 셰프를 뽑아 그가 주방을 책임지는 방식이 제안됐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한산할 거라 여겨진 첫날에 인턴에서 겨우 정직원으로 승진한 최우식을 세웠지만 오픈런 사태가 벌어지면서 그런 여유로움 따위는 사라져 버렸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주방의 풍경은 과연 이들이 해낼 수 있을까 싶은 긴장과 혼돈을 그려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방탄소년단 뷔의 군입대로 인해 그 자리를 메워줄 새 인턴으로 들어온 고민시의 맹활약이다. 다양한 알바 경험이 있다고는 했지만, 밥을 짓고 채소를 튀기고 깍두기를 담그고 돌솥비빔밥을 데우는 건 물론이고 그 와중에 설거지부터 메인 셰프인 최우식을 보조해주는 역할까지 혼자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첫날 영업이 끝난 후에도 다음 날 쓸 깍두기를 담그는 모습에 “넌 왜 안 쉬는 거야”라며 “물은 마셨어?”라고 묻는 최우식에게 고민시가 “아니요. 전 화장실 갈까봐 못 마시겠어요”라고 한 말은 그래서 세간에 화제가 됐다.열일하는 고민시의 이런 모습은 ‘서진이네’ 시즌1이 보여주던 한가롭고 여유롭기까지 했던 광경과는 너무 다른 모습으로 최우식은 물론이고 이서진까지 다른 리액션을 만들어냈다.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다”며 최우식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고, 늘 직원들 쉬는 걸 탐탁찮게 여겨온 이서진은 급기야 ‘일 좀 그만 하라’는 얘기를 꺼내놓는다. 고민시라는 새로운 인물의 투입 하나가 만들어낸 익숙한 풍경의 변주라고나 할까.나영석 PD는 일찍이 완전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본인이 잘하는 여행이라는 영역 안에서 다양한 변주를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서진이네2’가 보여주는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화는 바로 그의 예능에 대한 생각이 구현된 것이다. 시청자들은 때 되면 생각나는 그 익숙한 맛에 이끌리면서 동시에 의외의 새로운 맛에 호응한다. 오래 끓여낸 곰탕 같은 변함없는 맛 위에 때마다 얹어지는 양념 같은 색다른 킥의 묘미랄까. ‘서진이네2’라는 오래된 맛집이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4.07.22 05:50
연예일반

[오동진 영화만사] 영화산업 위기, 정우성 주지훈 등 배우들이 먼저 나선다

해답은 배우 정우성과 주지훈이 찾아 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지훈이 정우성에게 먼저 제안을 하고 정우성 또한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영화 산업이 처한 위기에 대한 대책 방안을 말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제작에 들어 간 상업영화가 단 한편도 없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얘기다. 드라마도 새로 기획되는 것이 없다고 한다. 다 2,3년 전, 3,4년 전의 작품들이 나오고 있을 뿐이다. 주요 배우들의 영화와 드라마 출연이 끊긴 지도 6개월이 넘고 1년이 다 돼 간다는 소식도 들린다. 누구도 놀고 있고 누구도 논다더라 소문이 무성하다. 더 이상 이렇게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들 입을 모은다. 그래서 주지훈이 먼저 얘기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이선균 유작 ‘탈출 : 프로젝트 사일런트’의 언론배급 시사회 날 주지훈은 함께 출연한 문성근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정우성 선배를 만나서 말했어요. 앞으로 4,50억 규모 영화고 3개월 프로덕션으로 끝나는 작품인데 개런티 대신 지분 참여 형식으로 출연하겠다고요. 선배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문성근은 이에 대해 매우 좋은 생각이고 그렇게 되면 중급 규모의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문성근은 또 “차제에 이런 일을 배우 커뮤니티에서 더욱 확대시킬 수 있도록 일종의 선언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정우성도 주지훈의 이런 생각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는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의 이상일 대표를 통해 “따로 보도자료 같은 것을 내거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한국영화가 위기인 것이 맞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데 있어 배우들의 개런티가 걸림돌이 된다면 이에 대한 지혜로운 대처 방안으로 지분 참여 형식으로 출연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며 ‘개런티 대신 지분 참여를 하는 형식, 일부 MG(미니멈 개런티)와 지분을 나누어 받는 형식 등 다양화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스타급 배우들이 사실상 노 개런티로 출연을 하게 될 경우, 제작 투자는 매우 빠르고 원활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든 영화가 기획될 때 스타 캐스팅 비용때문에 전체 예산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투자 상황이 어려워지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일시적이나마 선제작 후수익 배분의 방식이 통용되면 한국 영화제작 환경은 빠르게 회복될 것이다. 이건 분명 매우 환영하고 지지하며 동참해야 할 운동이다. 이런 사례는 할리우드에서는 일반화 된 지 오래다. 스칼렛 요한슨은 ‘플라이 미 투 더 문’ 오프닝 타이틀에 자신의 이름을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 리스트에 올렸다. 출연료를 깎는 대신 작품 지분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할리우드 배우 가운데는 이런 사례가 많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이 개런티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국내에서는 이미 안성기 문성근 등의 배우가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에 사실상 노 개런티로 출연한 후 나중에 수익을 배분 받은 사례가 있다. 다행이 영화가 흥행에서 크게 성공해 출연 분량이 많았던 주인공 역의 안성기는 본래의 ‘몸값’ 이상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상수 영화의 경우 모든 배우들이 사실상 출연료를 받지 않는데다 오히려 개인 비용을 써가면서 출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상수의 배우들’은 예술영화에 출연한다는 것, 유럽 유수의 영화제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 등 돈 대신 얻는 영화적 명분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배우들에게 돈을 대신할 수 있는 명분과 명예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 명분과 명예란 것도 무대포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과 협의하고 합의하는 것이어야 한다.어쨌든 정우성 주지훈 문성근 등 기성 배우들이 출연료를 안받거나 나중에 받는 형식으로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 이럴 때 이들을 빨리 섭외할 수 있는, 준비된 영화인들이 바로 위너가 된다. 평소 열심히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 영화를 살릴 수 있는, 절호의 작업에 다들 준비는 됐는가.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나 영화나 사업이나 모두 타이밍이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7.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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