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리고도선우

탱리고도선우(撑犂孤こ塗ぬり單たん于), 줄여서 선우(單たん于)는 흉노국의 우두머리, 흉노의 황제를 일컫는 이름으로 이의 영향을 받은 선비족, 갈족, 저족, 강족 계열의 유목 국가에서 군주의 칭호로 두루 사용되었다. 흉노의 묵특선우가 한 문제에게 보낸 서신에 따르면 '천소립(하늘이 세운) 흉노 대선우(天てん所しょ立たて匈奴きょうど大だい單たん于)'라고 자칭되기도 했다.

한서(漢書かんしょ)에 따르면[1] "撑犂"는 텡그리(*tengri)의 음차이며 흉노어로 하늘을 뜻한다. "孤こ塗ぬり"는 *kwala의 음차로 추정되며 흉노어로 아들을 뜻한다. 單たん于는 흉노어로 우두머리를 뜻하는 *darga의 음차로 추정된다. 이 단어는 몽골어로 우두머리를 뜻하는 дарга(darga)와 동원어 관계이며 몽골 제국의 관직명이었던 다루가치와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종합하면 撑犂孤こ塗ぬり單たん于는 하늘의 아들, 우두머리라는 뜻이 된다.

몽골 학자들 중 일부는 몽골어 '텡그린 후후두 초노(하늘의 자손인 늑대)'를 음차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 설에 따르면 單たん于라는 왕명 자체가 늑대를 뜻하는 '초노(치누)'에서 왔다는 말이 된다. 늑대는 몽골 문화권에서 '하늘의 개(텡그린 노호이)' 등의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신성시되는 동물로, 돌궐의 깃발에도 그려져 있다. 원조비사에도 몽골 건국 신화로 푸른 늑대와 흰 사슴 이야기가 등장하며 징기스칸을 위시한 보르지긴 일족이 이 푸른 늑대와 흰 사슴의 후예임을 강조하여 신성성을 드러냈다. 선우는 지배씨족인 난제씨(攣鞮氏し)[2]에게 독점되어 선대 선우의 유지 등으로 계승자가 결정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씨족회의에서 승인되었으며 이후 선비 · 저 · 강 등 여러 유목민족의 유목제국에서도 사용되었다. 선우의 비는 연지라고 부르며 선우 계승권을 가진 후계자는 좌도기왕이라고 불렸다.

흉노족은 두만 선우 때부터 통치자의 이름이 등장하고 묵돌 선우 때부터 강성해졌다. 하지만 허려권거 선우 이후 흉노에서 각각 선우를 칭하면서 분열되었다. 이후 호한야 선우가 이를 모두 진압하고 동서만 남은 상태에서 질지 선우에게 패했다. 그러나 호한야 선우는 한나라와 연맹을 맺고 질지 선우를 진압하여 자신의 통치권을 확립했다. 그러나 그가 사망한 후에 흉노는 북흉노와 남흉노로 나뉘었다.

이후 선우는 한나라의 번속왕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군호로 변질되었다. 조위와 진에서도 이와 같은 경향이 지속되었으나 영가의 난으로 호족의 시대가 개막한 후 다시 유목민의 지도자로서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흉노, 선비, 저, 갈, 강 모두 호족으로서 거병할 때 대선우를 칭했다. 유목제국이 중화제국으로 정체성을 가지게 된 후 선우와 함께 황제를 칭하게 되자 선우는 주로 종친이나 황태자의 호칭으로 넘어갔다.

또 5세기 유목제국 유연(柔やわ然しか)이 강성해진 이후부터 선우를 칭하는 자들이 난립하자 몽골 고원의 유목국가의 군주는 스스로를 가한(可か汗あせ)이라고 칭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