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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마침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번 금리 인하가 민간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부진한 내수경기가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시장 불안이라는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만큼 한은과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2021년 8월 이후 3년2개월 동안 이어진 통화 긴축 기조에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국내 통화정책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격한 완화와 긴축을 오갔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금통위는 2020년 3월 1.25%였던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기 시작했고 0.50% 수준에서 장기간 동결했다. 이후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상승세가 거세지자 2021년 8월부터 시작해 3.5%까지 기준금리를 올렸고 지난해 2월 이후부터는 13차례 동결했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무엇보다 민간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줄여줘야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고,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취약계층의 형편도 개선될 것이라는 요구가 커져서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로 낮아지고, 지난 8월 기준금리 인하를 가로막았던 가계부채 급증세와 집값 상승세가 9월 들어 한풀 꺾인 것도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9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5조2천억원 늘어, 증가폭이 8월(9조7천억원)보다 크게 축소됐다.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 주보다 0.10% 오르는 데 그치며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9월 한달만의 지표를 보고 가계부채와 집값이 안정세로 전환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더구나 기준금리 인하는 그 자체가 대출 증가와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다. 당국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대출규제를 차질 없이 시행하고 경우에 따라 강화 여부 등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은 3개월 후에도 3.25%가 유지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말해 연내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낮췄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다고 향후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려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가계도 대출 등을 결정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