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 여자입니다.
저와 동갑인 그 친구를, 24살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나게 되어 사귀게 됐어요. 올해로 9년차네요 그냥 숨쉬는 공기처럼 늘 함께해서 햇수도 세어본지 오래됐는데, 막상 세보니 9년이네요. 사실 바람이 처음은 아닙니다. 수많은 여사친들과 몰래 술을 먹다 걸렸을때도, 집에 있는다며 몰래 클럽에 갔을때도. 다음날 술냄새가 진동을 해도 저는 그냥 쉬라며 넘어가주었어요. 걸고 넘어질수도 있는데, 그냥 눈감아주었어요. 저에게는 이 친구와 어떤일이 있어도 헤어지는건 상상도 안되는 일이었거든요 병신같지만, 같이 있을때는 또 저에게 간 쓸개 다 빼줄듯이 다정하게 잘해주었기에 마냥 믿었나봐요. 결정적으로 최근에 이 친구가 좋은 회사로 이직하면서 사건이 터집니다. 저는 평소 옷도 편안하게 입고 화장도 거의 하지 않고 다닙니다. 성격도 무딘 편이고 남자 성격 같아요. 근데 새로 옮긴 회사에 정말 딱 봐도 이 친구의 이상형이 있더라고요. 어떻게 알았냐면 자꾸 인스타에 좋아요를 누르길래 누군지 유심히 봤더니, 새로 들어간 회사의 선임이더군요. 저와는 다른 화려한 외모에 뽀얀 피부, 예쁜 몸매까지 신경을 안쓰려고 해도 불안하긴 했어요. 정말 온몸으로 느껴졌어요. 제 남자친구의 이상형이라는거. 정확히 이직하고 이번달이 4개월 됐네요. 몇일 전 갑자기 얼굴 보고 할얘기 있다고 해서 나갔습니다. 그 날은 왠지 저녁에 데이트하자고 할거 같아서 제가 점심도 거의 안먹다시피 했거든요 ㅎㅎ 신나서 나갔더니 밥은 됐고 카페 가자더니 막상 앉아 고개만 푹 숙이고 아무말도 못해요. 직감으로 알게 됐어요. 나와 끝내려고 한다는걸. 아주 오래전부터 스킨십도 줄고 애정표현은 더더욱 안해도 그게 권태기인건 모르고, 그냥 가족 또는 친구처럼 지내온거라며 헤어지는건 상상도 못했는데.. 여기까지 하자네요.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며. 그리고 지금 이직한 회사에서도 버겁다네요. 저요? 붙잡지 않았습니다. 이미 마음정리 다 끝내고 얘기하는게 보여서 더이상 붙잡을수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구요. 9개월도 아닌 9년을 함께 한 사람과 헤어지고 저는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왠지 회사의 그 여자분에게 환승한듯한 촉이 자꾸 와서 (여자의 촉은 기가 막힙니다.) 오늘 그 분 인스타를 우연히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하는 테이블 사진을 올렸는데 맞은편 살짝 보이는 옷. 분명 전남친 옷이네요 ㅎㅎ 제가 좋아하는 티셔츠거든요. 이미 둘이 잘되어간지 꽤 되다가 관계가 확실해지니 저를 버린거겠지요. 몇날 몇일을 밥도 못먹고 방에서 울기만 하는 저를 부모님께서는 슬픈 눈으로 바라보십니다. 그리고 9년 연애에 실패한 딸을 위로해주시겠다며 다음 새끼랑은 짧게 연애하고 시집 가버리라고 하시는데 저는 왜 가슴이 찢어질까요. 시간이 지나면 정말 이별도 극복이 되나요? 남들이 장기연애 그거 절대 하는거 아니라고 해도 저는 다르다 믿었는데 오늘은 참 많이 힘드네요. ㅎㅎ 마지막으로, 현아. 이게 니이름 마지막으로 부르는 시간이 될거 같다. 9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라는 사람을 빛내주어 고마웠어. 돈이 없어 자주 가던 분식집도 나는 참 좋아했고, 내게 가끔 써주던 손편지의 니 못난 글씨도 나는 사랑했어. 꾸미기 귀찮다며 대충 추리닝에 모자 쓰고 나오던 너의 모습을 나는 역시나 좋아했고, 더위를 많이 타 여름마다 짜증내던 니모습도 나는 귀여워했었다. 첫 월급 탔다며 치킨에 맥주 사주던 너를 좋아했고, 돈 아끼려고 책 읽자며 서점 가놓고 꾸벅꾸벅 졸던 너도 좋아했어. 그리고 30대로 접어들면서 점점 사회인이 되고 성숙해지는 니가 참 멋있었다. 근데.. 우리 마지막으로 보던 날 나 정말 많이 배고팠는데 마지막으로 맛있는 저녁 한 끼 사주지 그랬니. 기억에라도 더 오래 남게. 항상 행복해라 현아. 우리 끝났어도 이정도 응원은 해줄수 있는 사이잖아 ㅋㅋㅋ 나도 얼른 괜찮아질게. 그리고 더 좋은놈 만날게!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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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그 여자에게 바로 환승할 수 있는 놈인데 뭘 혼자 연인이니 결혼상대니 꿈꾸다 시간만 버리고 차여놓고도 밥이라도 사주지 행복했네 주절주절 정신 승리
결혼해도 바람 필 사람이니 이혼녀 안되게 잘 헤어졌다 생각하세요
쓰니랑은 결혼할 맘까진 없던거고 계속 바람피다 끝내 맘에 드는 조건과 외모를 만난거지
어떤 면으론 님 수준보다 더 나은 남자랑 사귀었던 거니 좋은 시간으로 남기고
남자보는 눈 키우고 자존감도 높이고 그 남자 연락와도 넘어가지 않게 차단하시고요
저도 첫사랑은 글쓴이님 처럼 마지막으로 한마디한 감성있었는데 이후로 가니깐 감정이
줄어듭니다.
연예 계속하세요 여러명 만나보고 그리고 시집 잘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