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 쏜 전기기술자 출신 궁사' 그대가 진정한 올림피언···김우진 상대 마다예 사연에 응원 쏟아져

전기기술자로 일하면서도 올림픽과 양궁의 꿈을 놓치지 않았다. 1점을 쏘는 실수도 했지만, 아프리카 궁사의 진정한 도전정신은 스포츠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한국 남자 양궁 에이스 김우진(32·청주시청)과 상대한 아프리카 선수를 향해 한국 스포츠팬들이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우진은 30일 프랑스 파리 레젱발리드 양궁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64강에서 차드의 이스라엘 마다예(36)와 맞붙었다. 김우진은 마다예를 6-0(29-26 29-15 30-25)으로 제압했다. 올림픽 3연속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우진은 한 수 위의 기량으로 가볍게 승리했다.


이 경기에서 마다예의 ‘한 발’이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마다예가 쏜 2세트 마지막 화살이 중계 카메라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마다예가 쏜 화살은 과녁의 가장 바깥원 1점에 꽂혔다. 과녁 중심부를 잡고 있는 카메라 영상에 그의 화살은 보이지 않았다가 줌아웃을 하면서 1점에 꽂힌 게 보였다. 큰 실수를 범한 마다예는 15점으로 2세트를 마무리 했다.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이 나오는 올림픽 양궁 경기에서 1점이 나오는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에 한국 양궁팬들은 그에게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후 그가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과정이 알려지면서 한국 스포츠 팬들은 그를 뜨겁게 응원하며 찬사를 보냈다.

마다예의 국가인 차드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빈국 중 하나다. 차드에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마다예를 포함해 단 세 명뿐이다. 데모스 멤넬룸(30)는 유도 여자 70㎏급에, 발렌틴 베투주(33)는 마라톤 종목에 출전했다.

어린 시절 축구를 좋아했던 마다예는 19세에 어린이들이 활 쏘는 모습을 본 뒤 뒤늦게 양궁에 입문하게 됐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16 리우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했다. 2019년 아프리카 게임 동메달을 따내며 마다예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올림픽 무대 출전권을 따냈지만 세계양궁연맹(WA)의 기준 점수를 넘지 못해 다시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마다예는 태양광 패널과 전기 제품을 고치는 전기 기술자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올림픽과 양궁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마침내 아프리카 양궁 챔피언십에서 혼성 부문 금메달을 따면서 이번 파리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는 과거 IOC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장비와 코칭이 부족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양궁 훈련에 매진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제 전세계 사람들이 차드 출신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화살 10개를 가지고 쉼없는 훈련 끝에 마다예는 마침내 올림픽 무대에 섰고, 세계 최강 김우진과 당당히 승부를 벌였다.

이런 사실이 SNS와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에 한국 스포츠팬들은 마다예의 개인 SNS 계정을 찾아가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다음 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양궁에 대한 당신의 열정을 존경한다. 행운을 빈다” 등 응원의 댓글을 남겼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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