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가을 명산 두 곳
팔공산순환도로는 화려한 단풍길
케이블카 타면 데이트 코스로 ‘딱’
비슬산 억새 4㎞ ‘뷰 맛집’ 유명
일연 스님이 머문 대견사도 볼만
구름 사이로 하늘이 드높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산은 1년 중 가장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곱게 물든 단풍과 물결치는 은빛 억새가 등산객을 반겨준다. 완연한 가을, 사랑하는 사람과 산에 올라보는 건 어떨까. 대구 지역에 가 볼 만한 명산 두 곳을 소개한다.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팔공산
대구시와 경북 경산·영천·칠곡까지 뻗쳐있는 팔공산(해발 1193m)은 2023년 12월 국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보전 가치가 뛰어난 자연·경관·문화적 요소가 많다.
국립공원이 되고 맞는 첫 번째 가을에는 단풍을 구경하려는 관광객으로 한층 붐빌 것으로 기대된다. 팔공산은 모든 계절 아름답지만, 그중 가을이 으뜸이다. 단풍을 입어 울긋불긋하고 웅장해진 숲의 기세를 느낄 수 있다. 팔공산의 가을 매력을 드라이브와 등산으로 즐겨보자. 우선 팔공산순환도로에서는 빨갛고 노랗게 물든 화려한 단풍길을 감상하기 좋다. 팔공CC삼거리에서 파계사삼거리로 이어지는 코스로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풍경에 압도돼 저절로 차를 멈추게 된다. 천천히 산책하며 사색하는 것도 추천한다.
가을의 팔공산 등산은 두 가지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첫 번째로 ‘관봉(갓바위)코스’는 갓바위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관암사→갓바위→선본사 순으로 다녀오는 코스다. 약 2시간 30분이 걸린다. 이 코스에서는 갓바위 부처(관봉석조여래좌상, 보물 제431호)를 만날 수 있다. 갓바위는 ‘누구나 정성껏 기도하면 단 하나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있어 수능을 앞두고 더 붐빈다. 실제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김재엽 유도 선수의 어머니가 갓바위에서 100일 기도를 올렸다는 이야기가 있어, 단풍을 즐길 겸 가보길 추천한다.
등산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은 팔공산 케이블카를 타는 것도 좋다. ‘비로봉 코스’를 이용하면 해발 820m 높이에서 팔공산은 물론 대구 시가지까지 감상할 수 있다. 케이블카에 탑승해 신림봉→낙타봉→비로봉→동봉을 들렸다가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돌아온다. 정상역에는 간단한 식사와 음료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오가는 데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팔공산 근처에는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여러 곳 있다. 대구 동구 쪽으로는 동화사·파계사·부인사가 있다. 동화사는 대구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절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다. 서기 493년 극달화상이 세운 유가사를 832년에 심지왕사가 중건했다. 이때 사찰 주변에 오동나무 꽃이 만발해 있어 동화사라 개칭했다고 전한다. 높이 30m에 달하는 석불인 약사대불이 유명하다. 또 팔공산 근처에는 2003년 2월 일어난 대구지하철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가 있다. 승강장 탈출이나 폭우·급류·지진 등 재난 상황과 관련한 안전체험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군위군 쪽으로는 삼존석굴과 사유원(
계절별로 다채로운 매력 품은 비슬산
단풍 산행 못지않게 안 하면 섭섭한 게 ‘억새 산행’이다. 비슬산(1083m) 정상에서 조화봉에 이르는 약 4㎞의 능선 일대에는 나무가 거의 없다. 너른 억새밭만이 가을 햇살 아래 고운 자태를 뽐낸다. 탁 트인 정상에서 억새 물결과 ‘인생샷’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가을 등산에 추천하는 코스는 ‘유가사 코스’다. 유가사에서 시작해 도성암을 거쳐 비슬산 정상에 오른 다음에 대견사 방향으로 내려오면 비슬산자연휴양림에 들를 수 있다. 약 4시간 50분이 소요된다.
비슬산의 ‘비슬’은 비파 비(琵), ‘슬’은 거문고 슬(瑟)자다. 비슬산 꼭대기 바위 모습이 신선이 앉아 거문고를 켜는 모습과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비슬산은 사계절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다. 봄에는 전국 최대 참꽃 군락지로 ‘참꽃문화제’가 열려 전국 여행객의 발길을 끌고, 여름에는 유가사 인근 계곡과 비슬산자연휴양림을 즐길 수 있으며 겨울에는 얼음동산이 있어 계절 구분 없이 관광하기 좋다.
비슬산 일대에는 가 볼 만한 관광지도 많다. 대표적으로 대견사·유가사·소재사가 있다. 그중 대견사는 『삼국유사』를 쓴 일연(1206~89) 스님이 주지를 지내면서 책의 집필을 구상한 사찰이다. 대견사는 일제가 강제 폐사시키자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대구 동화사와 달성군이 허물어져 터만 남은 것을 2014년 3월 새로 지었다. 대견사는 산 정상에 가까운 해발 1000m에 자리 잡고 있지만, 전기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어 산 입구에서 대견사를 오가기 편하다.
비슬산자연휴양림, 호텔 아젤리아, 치유의숲 등도 들러볼 수 있다. 비슬산자연휴양림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풍부한 비슬산 내에 자리 잡은 휴양 명소다. 인근에는 풍경을 즐기기 좋은 카페가 많아 등산 후 커피 한잔을 하기도 좋다.